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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종 & 오브제

영화에서 본 그 초록색 스탠드, 뱅커스 램프

거부할 수 없는 뱅커스 램프의 매력

서재에 앉아있는 모습을 상상해 봅니다. 가죽 클럽 의자, 책이 늘어선 책장, 벽난로에서 타오르는 불. 당연히 서재에는 책상이 있고 그 위에는 램프가 있습니다. 마음의 빈 공간을 채우는 상상인데요. 책상 위 램프는 황동 스탠드와 초록색 갓을 가진 뱅커스 램프일 것입니다.

 

뱅커스 램프는 필기구와 앤틱 가구로 이루어진 아카데믹한 공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초록색 갓의 부드러운 빛은 단순히 아름다움에 유명해진 것은 아닙니다. 미국의 도서관, 은행, 변호사 사무실 등 많은 학문적인, 전문적인 환경에서 발견되고 있죠.

 

뱅커스 램프의 역사

최초의 뱅커스 램프는 1909년 뉴욕의 엔지니어 해리슨 맥퍼딘에 의해 켜졌습니다. 해리슨은 "새롭고 독창적이며 장식적인 램프 갓" 디자인을 특허로 출원했습니다. 이 디자인을 에메랄라이트(Emeralite)라고 불렀고, 아버지가 운영하던 가정용품 회사 HG McFaddin & Co.를 통해 해리슨은 램프를 제조하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유명한 초록색 유리 갓은 체코 동쪽의 모라바 지역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따르지 않을 수 없는 유행이 되었고 다른 회사들도 제조에 동참했죠.

 

Greenalite, Verdelite, Amronlite 등 여러 이름으로 시장에 출시되었지만, 해리슨의 에메랄라이트 브랜드가 오리지널입니다. 뱅커스 램프 전문가이자 수집가인 브루스 블라이어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emeralite.com의 제작자이기도 한 브루스는 수백 개의 뱅커스 램프를 가지고 있는데 그중 12개가 에메랄라이트 제품이라고 합니다. "좋은 에메랄라이트 램프는 시간을 초월합니다. 수십 년이 지나도 매력적이고 시간이 주는 시련을 견뎌냅니다." 에메랄라이트 램프는 더 이상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복제품을 살 수밖에 없는데요. 요즘 사무실에 보이는 뱅커스 램프는 모두 복제품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브루스는 "뱅커스 램프가 매력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을 찾기가 어렵습니다."라고 말합니다. "책상을 위한 안락한 식량과도 같습니다."

 

뱅커스 램프가 초록색인 이유

뱅커스 램프는 편안함을 가장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둥근 형태의 초록색 그림자는 눈에 편한데요. 인기를 얻으면서 진행한 1930년대 광고에도 적혀 있습니다. "눈부심을 제거하고, 빛의 품질을 개선하여 눈을 보호하도록 설계된 조명 시스템 (표준 Mazda 전구 사용)"이라고 말이죠. 가정과 사무실에서 요구되는 모든 작업에 맞도록 설계했습니다.

 

초록색 조명은 오랜 시간 읽고 쓰기를 견딜 수 있도록 한다는데, 한때 회계사가 이걸 증명하려고 초록색 눈가리개를 착용했다고 합니다. 매사추세츠의 안과의사인 매튜 가디너 박사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초록색 불빛이 마음에 들 수는 있겠지만, 빛은 빛이기 때문에 다른 어떤 빛보다 더 낫거나 덜 해롭다는 증거는 없다고 합니다. 사람들은 항상 빛과 눈의 피로에 대해 걱정해 왔습니다. 전기가 발명됐을 때부터 시작해서 오늘날 TV와 컴퓨터, 스마트폰 화면에 이르기까지요. 오랫동안 무언가를 보고 집중할 때 눈을 덜 깜빡이기 때문에 수분이 증발하고 더 건조해지는데요. 빛의 색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도 뱅커스 램프에 대한 홍보 효과는 확실히 있었고, 은행, 도서관, 기타 정부기관에서 뱅커스 램프를 도입하게 된 계기입니다.

 

또 다른 에메랄라이트 광고에는 제너럴 모터스, 하버드 대학, 벨 전화 등 유명한 대기업 고객을 나열했습니다. “제가 의대에 다닐 때 도서관에는 아름다운 초록색 램프가 테이블에 줄지어 있었습니다. 저는 그곳에 가는 걸 좋아했죠. 오래되었고 스타일리시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가디너 박사는 말했습니다. "하지만 학업에 정말 도움이 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시대를 초월한 뱅커스 램프의 유행

수년 동안, 특히 도서관은 뱅커스 램프를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장소였습니다. 보스턴 공공 도서관이 그중 하나인데요. 초록색 그림자로 가득 찬 독서실 베이츠 홀이 보스턴 전체에서 가장 인스타그램에 많이 올라온 장소가 아닐까 싶네요. 베이츠 홀에 설치된 뱅커스 램프는 오리지널은 아니지만 보스턴 사람들과 방문객 모두의 마음에 들은 모양입니다. 도서관 큐레이터인 메그 윅스에 따르면 1990년대에 있었던 도서관 리노베이션 중 초기 디자인 의도를 반영하여 설치하게 되었다는데요. 도서관의 오래된 사진과 문서에서 램프 아래 초록색 음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도서관의 예술 및 건축 투어를 담당하는 윅스는 건물의 건축가인 Charles Follen McKim이 디자인 단서를 얻기 위해 파리 Bibliothèque Sainte-Geneviève를 찾았다고 설명했습니다.

 

뱅커스 램프는 수십 년 동안 TV와 영화에서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thebankerslamp.com 창시자인 션 윌리엄슨은 영화 속에 나온 뱅커스 램프를 분류하기 시작했습니다. 뱅커스 램프 동료 애호가들의 도움으로 영화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회사는 오래전에 사라졌지만 디자인과 그 유산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